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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춥긴 추웠다. 그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옥상으로 올 덧글 0 | 조회 431 | 2021-05-08 17:16:10
최동민  
그래도 춥긴 추웠다. 그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들과 마주쳤다. 그는 문에다 대고 공포를 한 방 쏘았다. 올라오던 경찰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로 밑으로 내려갔다.사실 장혁기는 얼떨결에 가입은 했지만, 첫모임 이후로 전혀 모임에 나가지 않았었다. 견성회 쪽에서는 모임에 나올 것을 종용했지만, 그는 왠지 꺼림찍해서 그들과의 접촉을 회피했다. 가끔 선배들의 눈에 띄어 호되게 문책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군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조직에 괜히 관련되어 전도양양한 앞길에 조그만 오점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래야겠죠. 그리고 상우 소식은 좀 있습니까?]가게일이 궁금해서 서울에 전화를 걸고 들어오는 현일에게 김 형사는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나 현일이야. 네 오빠 준석이 친구, 현일이.][이 죽여버릴테다!]하지만 상우는 자기가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것을 게획하고 실천하기에는 자신이 지금 너무 지쳐 있었고, 앞으로도 이 피로감은 계속 자신을 괴롭히게 될 거라는 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한치도 어긋남이 없이 들어맞을 거라는 예감의 예감이 그를 짓눌렀다.[뭐?]나는 지금도 이 지구상 어느 곳에 그이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나를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쓰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느끼고 있고 느낄 수 있다. 그는 내 추억속에만 살아있는 바람이라는 것을.[베르가맹이라는 사람은 인생을 두 종류로 나누었어요. 술을 먹고 잠드는 사람과 술을 먹고 깨어나는 사람, 이렇게 두 종류로 말이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전자에게는 알콜이 마취제가 되나, 후자에게는 흥분제가 된다고 말이죠.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 아니라, 술이 될 수도 있다고. 종교로 말미암아 곯아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잠에서 깨어나 흥분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말이죠.][참된 자는 큰 길을 걷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인들 골목길이며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모
[왜 그랬어?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네가 그러지 않았다면 나는 진숙이와 잘 될 수도 있었고, 아이들도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게 학교에 잘 다니고 있었을 거 아냐! 네 놈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맥주는 이미 다 마신 후였다. 열 손가락 모두 다 투명한 매니큐어를 발라놓았기 때문에 지문이 남을 염려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담배도 피우지 않았기 때문에 타액검사도 불가능할 것이다. 일을 치르기 전의 모든 준비가 완벽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더 탁자와 그가 앉았던 주위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아주 가볍고 사뿐하게 일어섰다는 생각이 들자, 뻐근한 자신감이 생겼다.현일은 슬그머니 말머리를 돌렸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정빈과 무겁고 딱딱한 주제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형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의욕이 앞서는 듯한 김 형사에게 너무 기대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는 미리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말과는 달리 잔뜩 기대감으로 충만되는 것이었다.그것은 와이셔츠와 넥타이였는데, 한 눈에 최고급품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다소 멈짓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혜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였다. 영은은 이 선물을 그에게 주기위해 일부러 온 것 같았다. 상자의 겉포장이 백화점에서 싸 준 것이 아니라, 선물의 집이나 팬시점에서 파는 예쁜 포장지로 싸여 있었고, 장식용 조화(造花)까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아냐. 아직까지는 안에 있어. 그런데 오늘은 내보내지 않는대.][더 들어야 해. 너희 남자들은 마치 여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선심을 베푸는 양 여기며 정액을 쏟아놓지만, 여자는 그것 때문에 불행진다는 것을 알아야 해. 너희 남자들이 장난처럼 여겼던 것이 여자에겐 일생을 건 도박이었다는 것을.]이 말은 결국 제 입으로 못하고 글로 남기게 되었군요. 너무 놀라지 마세요. 장 실장은 죽었어요. 아침에 정보부 직원이 장 실장의 방에 들어갔더니, 방창살에 목을 매고 죽어 있더래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