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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봉에 붙어있는 로마의 우표부터가 매우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덧글 0 | 조회 20 | 2021-06-01 17:32:41
최동민  
겉봉에 붙어있는 로마의 우표부터가 매우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더군요. 그곳 날씨는 어때요? 여기 부산은 요즘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답니다.웃지 않는 세상에 노래를 주는.수녀님, 고통은 생자의 신비라고 생각하며 투병합니다. 그 암이란 것이 그렇게 잘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이란 주께서 주신 으뜸의 축복이 아닙니까. 그래서 반드시 그놈의 콧대를 꺾어 놓고야 말리라는 생각을 다집니다. 주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화이팅하고 계십니다. 사실 아직은 더 이승에 머물고 싶거든요. 아이들 아직 어리고, 돌아다보니 하느님 앞에 공로 너무 없고, 뜨락에 핀 꽃, 햇살, 빗방울, 바람, 개미, 벌, 그리고 귀뚜라미이들과 함께 더 여기 있고 싶거든요 이것은 아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미옥이라는 여교사의 글인데 그는 내게 그의 애송시들을 편지에 적어 보내곤 했었다. 내가 보낸 성탄 카드를 그가 끝내 받아 못한 채 세상을 떠나버린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가 어느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내게 청탁한 원고를 거절한 일도 마음에 걸린다.나는 내가 죽음 앞에 임했을 때 아름답게 열린 세상을 그려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창조된 것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고, 가치 없는 것이 없었다고 하셨지요. 깊은 절망과 고통의 한가운데서 어느 날 구원의 천사로 다가와 한결같은 사랑과 인내로 아저씨의 반려자가 되어주고 2남 1녀를 낳아준 아저씨의 아내는 또 얼마나 훌륭한 여성인지요. 항상 서로 아끼고 화목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이웃의 귀감이 되어 성당에서 모범가족상을 받은 일도 있는 아저씨댁을 방문하고 오면 밝고 따스한 마음이 됩니다. 육체적인 장애나 가난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복된 아저씨와, 누구의 동정이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가족들을 뒷바라지하는 아저씨의 헌신적인 아내와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녀들은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우리의 좋은 이웃입니다. 항상 손거울을 통해서 방문객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는 그 특이한 반사법에 처음엔 저도 좀 당황했으나
3한두 개씩 보물을 줍듯내가 중학교 문예반에 들어가 문예반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정지용의 향수 고향을 비롯해 윤동주의 서시, 타고르의 기탄잘리,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칼 붓세의 산너머 저쪽 등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시들이다. 새로운 시집을 대할 때마다 새로이 발견되는 좋은 시들이 하도 많아 그 중 하나를 가려 뽑아 애송시로 삼기란 쉬운 일이 아니건만 내가 수녀원에 와서 만나게 된 조이스 킬머의 나무들이란 시는 근래에도 가장 즐겨 외우는 시들 중의 하나이다.수도원에서는 요즘도 잠심이라든가 수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렇듯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이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은 모든 이에게 다 필요하겠지만 특히 수도의 길을 가는 이들에겐 가장 중요한 몫이 아닐 수 없다.주 야훼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주신다. 아침마다 내 귀를 일깨워주시어 배우는 마음으로 듣게 하신다 (이사야50,4)함께 듣는 음악도 아름답다이는 시인이며 번역가로 많은 일을 하셨던 최민순 신부님이 서울 가톨릭 대학에 재직하실 때 내게 보내주신 편지의 일절인데 그 분의 깊은 영성이 엿보이는 내용이라 생각된다.기다릴 것목 메이는 함성도수도원을 하나의 밭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이 밭에 나 자신을 깊숙이 묻어야 한다. 하나의 씨앗이 밭에 묻혀져야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나도 겸손과 인내의 노력으로 나 자신을 묻는 일에서 기쁨을 얻어야 한다.1991책을 읽는 기쁨. 1독서 일기에서이 봄엔 남쪽에도종종 아름다운 것들을 만나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눈물이 나다, 강의가 하느님 중심적인 것이 때도 그렇고 사랑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감동적일 깨도 그렇고, 또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놓은 이의 삶을 대할 때도 그러하다. 오늘 점심 식사 후엔 혼자서 천천히 밖의 정원을 거닐었다. 수많은 히말라야송들 중에 꼭 한 그루가 열매를 맺는데 큰 열매가 바람에 놀라 당에 떨어져 누운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