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죽지 않는 한은 살려줄 테니까.』?과연 인명을 우선시하는 의사 선싱님이로군. 하지만 그 꼬맹이를 상처 하나 없이 구하는 것과 키하라 일당을 없애는 건 같은 일이야. 어느 한쪽을 잘라내.캄캄한 진찰실에 침묵이 가득 찼다.돌의 폭풍 속을 가로질러 벤트는 다시 한 번 카미조의 눈앞으로 달려온다.음질은 놀랄 만큼 선명해서 같은 회선을 쓰는 게 맞는지 의문을 느낄 정도였다. 전화기에 완전히 다른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이 학원도시에 가득 차 있는 힘의 대표격이라면.액셀러레이터는 벽을 탕탕 치며 웃었다.그 인물의 모습은 주위의 파워드 슈트와는 달랐다.이윽고 아레이스타는 불쑥 중얼거렸다.이 도시에는 마이카가 있어.이쪽도 끊어야 했나, 낸시는 잠시 생각했지만 쓸데없이 작업량을 늘려봐야 시간 낭비다. 아마 지금이ㅡ 액셀러레이터는 제대로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태겠지만 그가 심리적인 여유를 되찾게 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멍청한 오손 녀석이 표적과 함께 도망쳤으니까. 차 안에는 예비장비도 있었어.서로 한 발씩만 쏠 수 있는, 잔재주 없는 승부.12아레이스타의 시선은 공중에 있었다.희생자의 수만큼 습격용 능력자를 갖춘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송사리 한 마리에게 군인 한 명을 붙여서야 수지가 안 맞지.인접한 제5학구로 가는 길을 나타내는 교통 표지판이 바로 앞에 서 있다.희미한 빛을 내뿜는 솜 같은 것이 천천히 밤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쪽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쿵!!결국 키하라 아마타가 액셀러레이터를 압도한 것은 그가 액셀러레이터를 직접 개발했기 때문 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성격면, 능력면, 운동면 등 모든 데이터를 갖추고 있었던 키하라는 액셀러레이터에게만 유효한 필살전술을 익혔을 뿐이었던 것이다.하지만 그전에 벤트는 빙글 방향을 틀더니 엉뚱한 쪽으로 가시철선을 감은 망치를 휘둘렀다.벤트의 얼굴을 노려보며,경찰견 같으면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하앗!! 허억!!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개구리 얼굴을 한 의사의 말에 액셀러레이터는 서툰 변명이나 공치사는 하지 않는다.시간을 들였음에도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 해도 납득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뭘. 우선순위의 차이다. 우선 액셀러레이터를 처치하고 이후에 병원 관계자를 찾아내는 일로 돌아가면 돼. 실수 하나를 공 하나로 덮어버리면 그 사람의 분노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거야. 전원이 처분당하는 일도 없겠지.우리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는 단순한 불행한 계집애에게 동정심으로 손을 내밀지는 않아. 우리는 세계를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벤트는 그 힘을 사용해서라도 개인의 사정을 관철하겠다고 결의했어. 지금까지 그녀가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해왔는지 아나? 그 힘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네놈이 상상할 수 있어?『아니, 어, 그, 별로 상관은 없는데. 하지만, 어어?!』하하.쿠웅!! 굉음이 카미조의 말에 겹쳤다.고막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요미카와는 무전기 스위치를 껐다.그 외에 모든 것을 배신해도 되지만 난 그 녀석만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야.이매진 브레이커를 감추고 있는 오른손은 닿지 않았다.눈앞을 본다. 구깃구깃 찌그러진 원박스카. 불이 난 지는 조금 된 것 같지만 그래도 큰 빛을 내뿜고 있는 불꽃. 이만 한 일이 일어났으면 누구의 귀에나 들렸을 것이다. 멀리서 봐도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카미조가 휴대전화로 신고할 것까지도 없이 이미 누군가가 신고했어야 마땅하고 구경꾼도 모여 있어야 했다.돌아보니 카자키리의 등에 붙어 있는 거대한 날개에서 벼락과 비슷한 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날개들 사이를 불꽃이 잇고 있으며 음계는 점점 높아진다. 당장에라도 넘쳐나 외부로 뛰어나갈 것 같다.『미안해. 사실 그 애를 혼자 있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어떻게 해야 하지. 못 본 척할까. 구해야 할까. 아니면 이용할까.대략적인 전체도는 알겠는데 어떤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어!!그리고,응?『 위험도